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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책갈피 모음zip.01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책갈피 모음집

(EP01-08)

 

 

-

 

그동안 많은 분들께서

제가 드라마 짤과 함께 올린

책갈피 짤을 좋아해주셔서

한번 모아봤어요!

더불어 넣고 싶었지만

너무 많은가 싶어서 뺐었던

책갈피 짤도 추가했으니 함께 봐주세요!

 

[BGM]

-

“사람이 연인이 될 상대를 알아보는 데는 이십 초면 충분하다잖니.

그건 영감의 시간이지 논리적인 시간이 아니야.”

전경린, <최소한의 사랑>中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와 있다는 건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날씨처럼,

문득 기분이 달라지는 것.

갑자기 눈가가 뿌예지는 것.

아무것도 아닌 일에 지진 난 것처럼 흔들리는 것.

 

이병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中

 

 

내가 당신 생각을 할 때 당신도 나를 생각할까.
아니겠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막막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경린, <나비>中

 

 

저렇게 잘 닦인 길이 왜 내 길이 아닌가?하고
눈에 한참 밟히던 길이 있었다
아마 원주나 제천 가는 길목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 줄지어 가는 차들의 행렬에 끼여 있었다
세상엔 내가 알거나 모르는 수많은 갈래의 길이 있지만
그 길들은 그저 멀거나 조금 가까운 갈랫길일 뿐
내가 밟고 가는 길은 늘 하나의 길일 수밖에 없다
흔한 발자국들 찍힌 세상의 흔한 길들 중 하나가 될지라도
저 의젓한 길은 어디로 향하는가,
여직껏 나와 다른 길을 밟아온 길,
내게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으면서 그러나 나와는 다른 곳을 향해 가고 있는
저 길은 어떤 까닭으로 이리로 이어져서 어떤 추억과 상처의 바퀴를 굴리기 위해 뻗어 있는가,
저 길을 통해 다다를 수 있는 곳은 낯선 천국이라는 것인가 아니면 낯선 오지라는 것인가, 저 길은
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 한 걸음도 들여놓지 못할 그 길을
나는 한동안 가슴에 담았었다
내 갈 길이 아닌 그대를 


이선영, <길이 아닌 길>中

 

 

나는 너를 한 번도 쉬워해본 적도, 싫어한 적도, 미워한 적도, 증오한 적도 없었다.
그만 사랑하고 싶은데 그러기엔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해.

그래서 내가 슬퍼본 적은 있다.


백가희 - 할 수 없는 일

 

 

 

 

 

우리가
신호등을 기다릴 수 있는 이유는
곧 바뀔 거란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
곧 바뀔 거야
좋게

글배우 - 신호등처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함께해온 시간은 그리 중요치 않아요.

엊그제 만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내 힘듦을 먼저 알아주고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하태완 - 내 사람

 

 

 

 

 

가장 많이 사랑하는 자는 패배자이므로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없다.

 

토마스 만 - '토니오 크뢰거 中'

 

 

바람에 낙엽이 흔들리면
가을이래요
내 맘 당신께 흔들렸으니
사랑이네요

글배우, <신호등처럼>中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에 대해 페라이어는 가슴 시린 해석을 내린다. 
"많은 학자들이 <월광 소나타>는 달빛과는 상관없다고,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경매에서 이 곡을 작곡하기 직전 베토벤이 쓴, '에올리언 하프를 사야겠다'는 메모가 발견되었다. 바람이 하프의 현에 닿아 소리를 만들면,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가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에올리언 하프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젊은 연인이 세상을 떠나면 달빛만 있는 행성에 간다는 전설이 있다. 이들이 사는 고독한 섬과 같은 슬픔이 에올리언 하프를 울려 우리에게 전달된다는 생각을 베토벤은 <월광 소나타>에 담은 것이다."
모든 상처에는 목적이 있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가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우리를 치료하는지도 모른다. 상처는 우리가 자신의 어떤 부분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정확히 알려준다. 돌아보면 내가 상처라고 여긴 것은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과 다르지 않았다. 삶의 그물망 안에서 그 고통의 구간은 축복의 구간과 이어져 있었다. '축복(blessing)'은 프랑스어 '상처 입다(blesser)'와 어원이 같다. 축복을 셀 때 상처를 빼고 세지 말아야 한다.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中

 

 

'다 괜찮다'는 그 말을 듣기 위해 그녀를 찾아갔는지도 모른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에 마음이 풍랑을 일으키고 있음을 그 말이 일깨워 주었다.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中

 

 

가슴 속에 남몰래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하루를 살면서도
생채기로 얼룩지는 것이
인간의 삶이거늘

아픈 상처를 감추지 말자
상처가 있어
비로소 사람인 것을

상처는 상처와 어울려
아물어 가는 것

정연복 - 상처

 

 

 

 

 

과거를 움켜잡은 채로
앞날을 그려 가지 말아라.

하늘을 바라보려면
땅을 등져야 하는 법이다.

채민성 - 놓아줄 용기

 

 

 

어쩌면 뻔하디뻔한 위로일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뻔한 위로에 힘을 얻고,

굽혔던 허리와 무릎을 펼 용기를 얻는다.

위로의 말은 뻔할지라도,

그 한마디가 불러오는 효과는 결코 뻔하지 않다.

위로는 곧 관심이며,

관심은 곧 사랑일지니.

 

천성호 <가끔은 사소한 것이 더 아름답다>中

 

 

 

내일
그 애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얼른 보고 싶어
조바심

오늘이 내일이었음
좋겠다.

나태주 - 약속

 

 

가을은 하늘을 우러러
보아야 하는 시절

거기 네가 있었음 좋겠다

맑은 웃음 머금은
네가 있었음 좋겠다.

나태주 - 소망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 둘이 같이 있어야 합니다.
자, 나가서 좀 걸을까요.
지금 날씨가 무척 좋네요.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中

 

 

당신과 불현듯 스친 손가락이
불에라도 빠진 듯 헐떡입니다

잠깐 스친 것뿐인데도 이리 두근거리니
작정하고 당신과 손을 맞잡는다면
손등에선 한 떨기 꽃이라도 피겠습니다

서덕준 - 손

 

 

다 너다

세상은 온통
너를 향한 길이고
너를 위한 노래고
너의 빛깔로 눈부시다

광장에 있는 많은 사람이
너 한 사람으로 보인다
길 가 핀 모든 꽃에 네가 보인다
짬 내서 마시는 커피 속에 네가 보인다
해 넘어가는 산등성이에
어김없이 네가 그려진다

세상 모든 것이 이전과 다르게 보이고
기다림이란 말이 사전에서 사라진

나는 언제나
너에게 닿아있다

이종화 - 너에게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디에 있는가. 내 생각은 하지 않을까.
보고 싶다. 지금.
이 순간에 전화가 울려주길 숨이 막히도록 기다리고 있다.
당신이 전화해주지 않으면 도저히 이 순간을 넘길 수가 없다.
이대로 꼼짝할 수가 없다.

 

전경린, <나비>中

 

 

왜 이리도 징검들을 허투루 놓으셨나요
당신 마음 건너려다 첨벙 빠진 후로
나는 달무리만 봐도
이제는 당신 얼굴이 눈가에 출렁거려
이다지도 생애를 휘청입니다

서덕준 - 휘청

 

 

누군가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 보면

누군가를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있다와 없다는 공생한다.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

 

황경신, <생각이 나서>中

 

 

"멋대로 좋아해서 미안해요.

근데 그냥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 같이 당연한 일이었어요. 나한텐."

 

전보라 <연애가 끝났다>中

 

 

 

 

 

 

연인이라기에는 조금 냉정하고

친구라기에는 조금 다정한,

그런 사이가 제일 곤란해.

 

황경신 - 이 세상 어딘가에는

 

 

무언가를 바라본다는 건
쓸쓸한 일이라는 것을

사로잡히면 잡힌 대로
밀어내면 밀려나는 대로
온통 고스란히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숨도 쉬지 못하고
꼼짝도 없이
바라만 보다가

황경신 - 꼼짝도 없이

 

 

세상에 쉬운 이별은 없다고 나는 네게 말했다.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이별 이전의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라고, 누가 누구를 기쁘게 한 적도, 누가 누구를 불안하게 만든 적도 없었던 거라고, 그러므로 애써 잊어야 할 고난히 헤어져야 할 사람도 없는 거라고, 나는 네게 말했다. 이별은 철저하고 또 처절하게 아픔이어야 하는데, 그 아픔에는 따뜻한 공간으로부터 차가운 거리로 내몰렸을 때의 추위 같은 것, 이제 막 혀끝에 달콤하게 닿았던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성급히 빼앗겼을 때의 서러움 같은 것, 갓 피어나려던 꽃송이가 매서운 바람에 맥없이 꺾였을 때의 분노 같은 것이 고스란히 담겨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나는 네게 말했다. 왜냐하면 아픔이란 한때 소유했다고 믿었던 행복이 멀어져가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을 때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이라고, 나는 네게 말했다. 그러므로 이별이 어려울수록 우리는 행복했던 거라고, 진실에 가까웠던 거라고, 어쩌면 정말로 사랑했던 건지도 모르는 거라고, 나는 네게 말했다.

(중략)

집으로 돌아오며, 나는 생각했다. 나도 한 번쯤은, 없는 것을 있다고 믿고 싶었던 날들이 있었다고. 세상에 없다 해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짓말로, 너를 또 나를 속이는 것이 나았을 거라고. 세상에 없는 것들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일, 하나도 기쁠 것이 없다고.

황경신 - 세상에 ...없다

 

 

 

 

 

 

사랑이란 바람에
날리다 나뭇가지 끝에
걸려버린, 깃털 같은 것

조마조마한 날들
손도 대지 못 하고
숨도 쉴 수 없는 시간들

쓸쓸한 밤, 초라한 거리에서 
불안한 하루가 또 지나가고 

J, 나는 너를 사랑한다


손승휘 - J에게

 

 

 

몰랐나요, 언젠가 그곳에

당신을 위해 비워둔 자리가 있었는데

갓 뽑은 햇살로 반짝반짝 유리를 닦고

뭉게구름을 모아 가구마다 말간 윤기를 내고

바람에게 그치지 않는 노래를 청했는데

환한 새벽에서 환한 밤까지

내내 당신을 기다렸는데

몰랐나요, 오래전 그 시간에

당신을 위해 비워둔 마음이 있었는데

당신을 따르고 당신을 노래하고 당신을 기다리던

끝내 당신이 울린 그 마음이 선명하게 있었는데

 

황경신 - 몰랐나요

 

 

당신이 내내 오는 시간이
내게는 내내 오지 않는 시간입니다
그러니 말해주세요, 사랑,
언제쯤이면 내게 올 것인지

내가 알지 못하는 당신과
내가 기다리는 당신이
같은 당신인지
말해주세요, 사랑,
언제쯤이면 알 수 있는 것인지

당신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차고 단단한 벽들 사이에서
장님처럼 갇힌 마음을 알고 있다면
말해주세요, 사랑,
언제쯤이면 이름을 불러줄 것인지

당신이 내내 망설이는 시간이
내게는 내내 서성이는 시간입니다
그러니 말해주세요, 사랑,
언제쯤이면 폭풍으로 내게 닥쳐와
나를 집어삼키고 무너뜨릴 것인지

황경신 - 언제 와?

 

 

 

내가 서툴고 불안해 보였나요.

그건 내가 진심이었단 증거입니다.

소중하지 않았다면 왜 그토록 마음을 기울였겠어요.

망설이고 비틀거리고 안절부절못하면서.

황경신 - 죽어도 사람을

 

 

아직 겨울인 나무에게 이른 봄빛이 찾아왔다
나무는 조금 놀라고 조금 부끄러운 것처럼 보인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는데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겨울 동안 딱딱하게 굳어 있던 가지를 이리저리 뻗어보다가
행여 봄의 여린 빛이 떨어져 나갈까
가벼운 한숨을 쉬며
나무는 뿌리로부터 차올라 오는 물길의 속도를 가늠해본다

저 아래, 깊은 땅 속 어딘가
나무가 힘차게 빨아들여야 하는 물의 길이 있다
가장 작은 가지의 끝까지
물의 길이 열려야만
나무는 새로운 잎과 꽃을 피워 올릴 수 있다

나무의 몸에 새겨진 긴 겨울의 흔적이 쉽게 지워질 리는 없다
춥고 외로웠던 기억이 쉬이 잊힐 리는 없다

지나간 몇 번의 봄이 모두 꿈이었다고
떠난 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절망으로 마음을 동여매었던 나무에게
이르게 찾아온 봄빛은
조금 수줍고 조금 미안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너무 늦은 건 아니겠지?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늘하늘 눈송이 같고 꽃송이 같은 봄의 빛이
굳은 가지 위에 내려앉는다
꽃이 아니고 잎이 아니어도
그리 보드랍거나 그리 아름답지 않아도
봄빛은 천진하게 웃는다
어디에나 굴러다닌다

꽃은 채 피우지 못했어도
작은 잎 하나 여태 매달지 못했어도
이제는 봄을 믿을 수 있겠다고
나무는 생각한다
나도 생각한다

네가 있는 곳에 내가 먼저 가서
이른 봄빛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내가 있는 곳에 네가 먼저 와서
어울려 따뜻한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황경신 - 아직 겨울인 나무의 이른 봄빛

 

 

 


앞부분은 책갈피 짤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네요ㅎㅎ;;

아마 2탄은 이것보다 훨씬 많을 거 같아요!

(더 넣고 싶은 구절이 많기도 하구요ㅎㅎ)

 

제가 책갈피 짤에 인용한 시 또는 소설, 에세이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책이라

몇 번이고 읽었던 내용이에요!

제가 함께 올리지 않은 부분에도

마음을 울리는 내용이 정말 많아요!

기회가 되신다면 한번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