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기억법
E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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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게 하소서
그리움으로 가슴 아프다면
그 아픔마저 행복하다 생각하게 하소서
그리워할 누가 없는 사람은
아플 가슴마저도 없나니
아파도 나만 아파하게 하소서
둘이 느끼는 것보다 몇 배 더 하더라도
부디 한 사람만 아파하게 하소서
간구하오니
이별하고 아파하는 이 모든 것
그냥 한번 해보는 연습이게 하소서
다시 만나 다시 더욱 사랑할 수 있게 하는
다시는 헤어져 있지 않게 하기 위한
그런 연습이게 하소서
이정하 - 작은 기도
*
이번주면 끝난다니이이이ㅠㅠㅠㅠ
본편은 방송 후 저번처럼
이 밑으로 쭉 올릴 예정입니다.
(본편)
이정훈(38) / 노빠꾸남, 후진이 뭐야 먹는 거야 뭐야, 깜빡이도 없어
결말 너무 맘에 들고요.. 결혼기사 본 것만 같고요...
참으로 오랜만에
당신을 다시 만났습니다
헤어진 그 계절에
다시 만난 건 우연이었을까요
어쩌면 당신은
모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헤어진 그 날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는 걸
당신은 그 옷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그즘이면
늘 그 옷을 꺼내 입곤 했지요
소매 끝이 낡은 그 옷,
언젠가 한 번 입어보았던 그옷을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나는 그 옷을 알아보았고
그뜻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자 당신도 고개를 끄덕였죠
당신의 그 행동은
내가 왜 고개를 끄덕였는지
당신도 알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겠죠?
우리는 나란히 걸었습니다
그러다 나는
일부러 걸음을 늦췄습니다
당신의 뒷모습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신의 어깨는
한쪽이 조금 기울어졌거든요
그래서 뒤에서 옷을 제대로
잡아주지 않으면 한쪽으로
기운 어깨선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시절 당신을 만나면 나는
늘 옷을 바로 잡아주곤 했지요
그때 내 손길이 참 좋다고 말했던
기억 혹시 잊지는 않으셨나요
참 이상한 건..
당신이 내게 오기 전에도,
그리고 당신이 나를 떠난 후에도,
누구에게든 한번도 해본 적 없는
그 행동은... 당신을 보자마자
저절로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당신은 얘기를 시작할 때면
항상 코를 찡긋하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당신은 참 이상한 일이라고
다른 사람과 얘기를 시작할 땐 안 그러는데
꼭 나에겐 얘기할 때 코를
찡긋하게 된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 표정이 반가워서
나는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다시는 못보게 될 줄 알았던
표정이었으니까요
우리는 아무 설명이 없어도
서로의 지난 시간을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마주 보고 아무 얘기 없이
한참 미소만 짓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오랫동안 헤어졌던 연인이었다는 건
하느님도 알아보지 못했을 겁니다
어쩌면 우린... 헤어지지 않았던 건 아닐까요
나는 당신 마음속에
당신은 내 마음속에 항상 살고 있으니까요
원태연 - 재회
다시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면
여전히 너를
다시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면
당연히 너를
다시 누군가를 그리워해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또 너를
허나
다시 누군가와 이별해야 한다면
다시 누군가를 떠나 보내야 한다면
두 번 죽어도 너와는...
원태연 - 누군가 다시 만나야 한다면
만나기로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설레고
보자마자 서로가 입이 귀에 걸려 웃고
당연하다는 듯이 손을 잡고 걷고
밥을 먹을 때 맛있다며 먹어보라고 챙겨 주고
사진 찍을 때 서로 이상하다며 장난도 치고
집에 가는 버스에서 어깨에 기대어 졸고 있는 모습도 보고
집에 다 왔을 때 잘 가라며 손을 흔들 때 아쉬워하고
돌아섰는데 보내기 너무 아쉬워 한 번 안아보는.
성호승 - 그런 연애를 해요
함께해 온 순간순간은 이제 하루하루가 되었다.
마치, 어느 날에 만난 우리가
여느 날을 같이하는 우리가 된 것처럼.
문현기, <어느 날의 우리가 여느 날의 우리에게> 中
*
다소 답답했던 이 봄,
세상에 둘도 없을 그들의 사랑을 봄에
내 마음 또한 봄이 찾아왔음을
늘 기억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