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크를 봐. 앞에 세 개의 창이 있어.
하나는 동정이고 하나는 호의, 나머지 하나는 연민이야.
지금 너의 마음은 포크의 손잡이를 쥔 손과 같은 거지.
봐, 이렇게 찔렀을 때 그래서 모호해지는 거야.
과연 어떤 창이 맨 먼저 대상을 파고 들었는지...
(...)
상대도 마찬가지가 아닐 수 없어.
처음엔 어떤 창이 자신을 파고든 건지 모호해.
고통과 마찬가지로 감정이란 것 역시 통째로 전달되기 마련이지.
특히나 여자는 더 그래.
왜 그런지 모르면서도...
그래서 일단 전반적으로 좋거나 싫어지는 거야.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하나의 창을 더듬어보게 돼.
손잡이를 쥔 손은 여전히 그 무엇도 알 수가 없는 거지.
알아?
적어도 세 개의 창 중에서 하나는 사랑이어야 해.
여자는 말이야.
다른 모든 창들을 녹여 그것을 하나의 창으로 만들고 싶어해.
단순하고 강렬한 하나의 창으로...
즉 <사랑>이란 창이지.
만약 그것이 다른 이름의 창임을 알게 되면
그 상처를 견디지 못하는 게 여자야.
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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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07에서 세계의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니 불현듯 떠오른 문장.